오래전 위식도염을 겪은 후로는 예전만큼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잘 즐기지 못한다. 그래서 평소 라떼를 진하게 마시는 정도. 에스프레소를 몇 년간 전혀 안 마시던 중에 갔기 때문에 내 위장 괜찮을까 하는 약간의 불안이 있었다.
서서 마신 에스프레소 한 잔은 너무 오랜만이어서 새로웠고 또 새삼스러웠다. 맞아, 이런 맛이었지. 그리고 평소 마시는 라떼와는 달라서 확실히 산뜻했다.
세 번 가서 두 번 먹은 티라미수도 나쁘지 않았다. 축축하게 아주 푹 적셔진 질감이다. 입 안에 넣으면 사라진다.

에스프레소가 안캅 ANCAP 잔에 담겨 나왔다
10여년 전쯤 안캅 에덱스 잔과 잔받침 세트를 5개 구입했었는데 잔 하나를 떨어뜨려 깨 먹었다. 잔이 4개, 잔받침이 5개가 되어서 잔만 구매하려고 찾아봤더니 왜인지 에덱스 에스프레소 잔을 무지 단일 색으로는 더 이상 팔고 있지 않다. 알록알록 색칠되어 있는 제품뿐.
리사르커피의 안캅은 에덱스는 아니다. 안캅의 다른 디자인이다. 안캅 잔과 잔받침이 가진 곡선과 두께는 내 눈엔 가장 이상적으로 보인다. 블루 그레이 같은 쿨톤 세라믹 화이트도 예쁘다. 컵이나 접시를 볼 때 나는 늘 이런 컬러를 원하는데 한국에는 아이보리빛의 세라믹 제품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믿을 수 없는 가격
에스프레소를 잘못 내렸을 때 나는 나쁜 쓴맛이 없다. 설탕이 없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맛이다. 다만 원두의 맛이 특징적이라고는 못 느꼈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맛, 인테리어, 서비스 등등 모든 게 개인 취향일 수 있다 해도 가격적인 장점만은 너무 확실하다. 테이블에 착석했을 때와 스탠딩 바 이용 가격이 다른데 스탠딩 기준 기본 에스프레소가 1,500원. 한국 카페 문화에서는 좀 믿을 수 없는 가격이다. 에스프레소 2잔을 마시고 발렛비를 지불해도 그게 다 합쳐 6,000원이다.
스탠딩 기준 가격
카페 에스프레소 1,500원
카페 스트라파짜토 1,800원 ㅣ 나폴리 스타일 에스프레소. 크레마 위로 카카오 파우더가 토핑되어 있다.
카페 로마노 4,000원 ㅣ 작고 작은 레몬 절임 한 조각을 잔받침 위 스푼에 얹어서 내어 준다.
설탕은 별도 요청이 없는 경우 에스프레소 안에 넣어진 채 서브된다. 설탕의 양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발렛파킹 3,000원
일요일 휴무
평일 오전에 방문해서 한가하고 조용한 편이었다. 스탠딩 테이블에서 호다닥 마시고 나왔다. 듣기로는 토요일에는 많은 손님으로 붐벼서 작은 공간 안에 몇 개 없는 테이블이 만석일 때가 많다고 한다.
잔에 인쇄된 까만 실루엣을 들소의 이미지로 보았는데 들소 아니라 늑대였다. 늑대에 상당한 상징성을 부여하여 '리사르'의 의미를 설명한 내용과 전 지점 일요일 휴무로 운영하는 것을 보아선 아마도 대표가 독실한 개신교인인 듯.

청담, 약수, 명동, 을지로점이 있고, 청담점만 3번 방문했다. 주택가 안에 위치해 있어서 일부러 찾아가기에는 접근성이 좋지는 않다.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동네 주민이라면 종종 들르기 좋을 것 같다.
챔프커피에서 사람들이 커피 컵 위에 뚜껑처럼 챔프쿠키를 올려놓은 사진을 찍는다면, 리사르커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 마신 빈 잔을 여러 개 쌓아 올린 사진을 찍고 있다. 진짜? 와 한 번에 저렇게 많은 잔을 마신다고? 저 사람들 위장은 괜찮은 건가? 대단하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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