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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10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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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2024

이런저런 10월 모음
자, 다음, 크리스마스 🎄

 

Oct 6

운동화를 당근에 올렸다. 어제 오후 늦게 업로드했기 때문에 바로 다음 날 연락이 올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혹시 모르니까, 라는 생각으로 운동화 박스를 차에 싣고 외출했는데 갑자기 한 분에게서 빠르게 연락이 온 것이다. 그런데 장소와 시간을 협의하기도 전에 퀵으로 받고 싶다고…. 급한 사정이 있는 듯했다. 입금도 빨랐다. 가격 네고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그분이 보낸 퀵 기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십여 미터 앞에서 승용차가 정차했고 동네 주민 스타일로 옷 입은 젊은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이촌동!" 외치면서 다가왔다. 네? 오토바이를 기다리던 나는 조금 어리둥절해하다가 종이백에 넣어 손잡이 끈으로 꽁꽁 묶은 운동화 박스를 인계했다. 요즘은 퀵 배달을 세단을 타고 하는구나. 어리둥절하고 스마트한 세상.

 

 

Oct 14

/ 팀 홀튼스 이야기
여의도역에서 Y를 기다리는 동안 아크앤북에서 문구를 조금 구경했고 '퀸의 대각선'을 조금(이라고는 하지만 Y가 생각보다 빨리 왔으므로 고작 두 챕터) 읽었다. 베르베르는 내 관심 작가는 아닌데 Y가 이 신간을 궁금해했기 때문에 한 번 페이지를 열어 보았다. 역시 서점은 필요하다. 반포 신강에 반디앤루니스 있었을 때 좋았지.
팀 홀튼스에서 그 가격을 지불하기엔 실망스러웠던 플랫화이트와 내 입엔 달고 느끼한 버터스카치라떼를 먹었다. 레몬필 도넛도 먹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들어온 직장인들로 매장 안이 꽉 찼고 빈 테이블이 없었다. 직장인 한 팀이, 정확하게는 무리 중 직급상 막내로 보이는 한 분이, 자리를 못 잡아 곤란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곧 일어나 자리를 내어 드렸다.

팀 홀튼스는 2000년의 오타와를 생각나게 하는 곳인데 나는 그땐 올드패션만 사 먹었다. 그런데 팀 홀튼스가 이렇게 으리으리했었나? 아니었던 것 같은데. 2000년이 너무 옛날이라서 그런 걸까. 한국화되어 들어오느라 이런 걸까. 올드패션은 왜 인기가 없을까. 미스터도넛이 한국에서 철수하고 나서는 맘에 드는 올드패션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글레이즈드 안 된 퍽퍽한 질감의 그것.

팀홀튼스-팀홀튼-여의도
여의도 TP타워점 Tim Horton's


/ 작고 소박한 나의 레고 이야기

마인크래프트를 모르는데 마인크래프트가 귀엽고
드림즈를 모르는데 드림즈가 귀엽다.
꼬꼬마 피겨를 구입했다. 녹색의 정체를 모르는 나는 레고 스토어에서 저 녀석을 볼 때마다 액체괴물이라고 불렀는데 역광의 조명을 받고 있으니 정말 액체괴물처럼 사진 찍혔다. 눈매가 제법 매서운 까만 녀석도 샀다. 액체괴물과 함께 두면 밸런스가 잘 맞다.
나중에야 유튭에서 드림즈 클립을 봤는데 까만 녀석이 빌런 쪽인 것 같고, 액체괴물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액체괴물은 로봇으로 변신도 한다. 토끼는 토끼로봇으로 변신하고 뭐 그런… 드림즈 나름의 세계관이 있다.
이름을 찾았다. 초록색은 Z블롭, 까만색은 그림스펀이라고 한다.

레고-드림즈-LEGO-DREAMZZZ-그림스펀-지블롭
사이좋게 지내라

 

/ 마일스 모랄레스 열쇠고리 이야기
붉은색 후드를 쓴 마일스 모랄레스가, 자주 메는 내 까만 가방에 매달려 있다.
히어로물에 흥미 없는 내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를 눈을 못 떼고 보았다. 스파이더맨의 서사를 모르고 보아도 빠져들어 볼 수 있을 만큼 다채롭고, 다이내믹하고, 화려하고 매력적인 컬러, 음악, 그래픽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 크루엘라와 말레피센트 브릭헤즈 이야기
브릭헤즈 시리즈 중 크루엘라와 말레피센트를 보고, 오, 이거야! 했다. 완벽했다. 특히 크루엘라의 빨간 장갑과 헝클어진 듯한 머리카락이.

/ 아직 없는 우르술라 이야기
우르술라를 갖고 싶지만 맘에 드는 게 없다. 일단 빌런 디자인은 공급이 없어도 너무 없다. 수요가 적으니 그런 것일 테지만.

어릴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레고를 잘 가지고 놀았다. 완성해 전시하기보다는 만들고 부수고 만들고 부수는 식이었다. 엣지에 빨간색 끈이 있어서 복주머니처럼 싹 오므려 담을 수 있는 커다란 원형 천 안에 레고 블럭들이 와글와글 많았다. 열 한두 살 때까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고, 나중엔 부모님이 어린이가 있는 집에 나눔하셨고, 그 당시엔 별생각이 없었는데 다 큰 어른이 되고 나니까 그때 그 블럭들이 아쉬워졌고, 조금 후회가 됐다.

최근 본 레고 중에서는 파란색 배틀버스가 눈에 띄었다. 버스도 예쁘고 피겨들도 매력적이다. 포트나이트 시리즈라고 한다.
아무래도 사이즈가 크긴 하다. 물건을 자꾸 집에 들여놓아선 안 된다. 생각 없이 개수를 늘려선 곤란하다. 그러다간 집이 엉망진창이 된다. 그리고 나는 우르술라의 팬이라서 언젠가 우르술라를 가질 예정이니까 그녀의 자리를 남겨 놓아야 한다. Poor Unfortunate Souls 최고야 진짜. 세바스찬의 Under the Sea도 라임이 진짜. 그러고 보면 에리얼은 혼자 해내는 게 별로 없다. 우르술라의 도움(우르술라와의 딜이 맞겠지?)과 갈매기의 도움과 소라게의 도움과 트라이튼의 삼지창으로 본인의 꿈을 이루었다. 고 본다. 관점에 따라서는 매우 민폐 캐릭터고, 왕자도 멍청하기 짝이 없다….

 

 

Oct 17

초계국수 갈래? 망향비빔국수 갈래? 먹는 메뉴를 정하는 게 일이다. 음식의 만족도가 그날의 기분에 중요한 사람에겐 당연하다.
곧 추워질 것 같아서 내년 봄여름이 오기 전 야외좌석에 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팔당 초계국수 먹으러 갔다. 냉 초계국수 하나와 비빔 초계국수 하나.

 

 

Oct 18

어떤 사람과 함께 있느냐는 중요하다.
인과관계를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눌러 참았다. 그래, 잘했어, 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내 쪽에서 손 내밀었을 때 저쪽의 표정에는 머쓱함이 있었던 것 같다.

 

 

 

 

Oct 20

산책 나갔다가 밑줄 긋고 싶은 책을 발견해서 갑자기 샀다. 때때로 어떤 것(생각보다 많은 것들)은 정말 '갑자기' '발견'된다.
오랜만에 Manic Street PreachersJamesThe Cure를 듣는
밤 10시 46분.
아, Marlena Shaw도.
차가운 날씨에 듣는 음악은 더 좋게 들린다. 차고 춥기 때문에 따뜻하고 포근한 마치 겨울과 비슷하다. 음악이란.

 

 

Oct 21

돌체를 주로 마시다가 스쿠로를 오랜만에 내려 먹었다. 데운 우유를 황금비율로 넣어서. 네스프레소 버츄오로 마시는 라떼 만족도가 커서 밖에서 소비하는 커피값이 저절로 줄고 있다. 좋은데?
여름내 입은 가벼워서 안 입은 것처럼 편한 얇디얇은 면바지를 드디어 보들보들 폭닥한 수면바지로 갈아입었다.
겨울 이불을 아직 못 꺼냈는데 추워졌다. 그리고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한다.

 

 

Oct 22

/ 안전거리. 바운더리.
꼬여서 번복을 하거나 수정이 필요해지는 일이 왜 요즘 따라 빈번하지, 왜 자연스럽지 않지, 왜 돌에 자꾸 걸리지, 하는 생각이 요즘 들고 있다. 정신적으로 조금 피로감을 느끼던 와중에
팀 홀튼스 여의도와
테일러커피 신사점을 갔다가
낯선 사람의 성의와 호의로 기분이 뜻밖에 많이 나아졌다.
정중하고 예쁜 말의 힘이 이렇게 세고,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가 이렇게 중요하다.
그런데 테일러커피는 왜 신사점만 맛있을까. 신사점에서는 단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 (라떼 기준.)
/ 얼 그레이 앤 큐컴버
거의 다 썼다. 바닥에서부터 4mm쯤 찰랑찰랑 남았다. 재구매를 고민하게 하는 100ml 단일 용량. 조 말론에서 30ml들을 자꾸 단종시킨다.
/ 고마워

내 이야기 들어주어서 진심으로 고마웠다.

 

 

Oct 24

어제부터 오늘까지, 몸이 침대 위에 있는데도 지하로 빨려 내려가는 것 같은 감각으로 눈을 못 뜨고 있었다. 매달 한 번 피가 나려고 할 때마다 체력만으로는 이겨내기 힘든 불가항력. 근육통으로 숙면을 못 하기도 하고. 피가 터지고 나면 오히려 낫다. 직전의 하루 이틀은 이렇게 맥을 못 춘다. 그래서, 날씨도 좋고, 맛있는 식사도 했고, 나는 분명 기분이 좋은데, 기분과는 영 다른 몸의 컨디션.
겨울 이불을 세탁했다. 커버를 세탁기에 넣었고 솜을 햇빛 아래 널었다. 가볍고 바스락거리는 구스도 좋지만 이렇게 묵직한 이불이 몸을 눌러주는 것에서 오는 어떤 안정감?이 있다. 비록 이불을 차내거나 말고 자는 자유로운 잠버릇이기는 하지만.

 

 

Oct 25

오늘도 스쿠로. 오늘은 계피 가루 톡톡 올려서. 사 먹는 카푸치노가 아쉽지 않다.
스쿠로 라떼를 마시면서 베티 붑Betty Boop 불쌍한 신데렐라Poor Cinderella를 보았다. 레드와 그린 컬러만으로 화면을 이렇게 아름답게 꽉 채운 애니메이션. 서정적인 멜로디와 시시한 노랫말.
앤 섹스턴Anne Sexton의 시, 신데렐라Cinderella를 추천한다.
오늘의 컨디션은 어제보다 한결 낫다. 잠이 안 쏟아진다.

 

 

Oct 28

아잉거 브로바이스 한 병 샀다. 와인앤모어.

 

 

 

 

Oct 29

/ 쿠팡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가족도, 친구도, 뭘 자꾸 쿠팡으로 샀대.
쿠팡의 상품 판매 페이지를 보았을 때, 어수선하고 산만해서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주로 판매자 정보, 원산지 정보, 제조일과 사용기한 정보.)가 눈에 쏙 안 들어온다, 가 첫인상이었다. 인터넷 주문을 하는 일이 많지는 않기에 관심을 두지 않다가 바로 어제 쿠팡이츠를 처음 써 보지 않았겠어? 쿠팡이츠를 쓰기 위해 가입한 계정으로 쿠팡 로그인을 해 보았더니 (이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목적이 없었다.) 가입 고객에게 할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기한이 10월까지인. 이틀 남았는데? 고민이랄 것 없이 오래전 찜해두었던 랩탑 스탠드를 2만 원 이상 할인받아 결제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주문 과정 중에 '내일 새벽 배송'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 게 조금 무서웠다. 무서워서 체크하지 않았다. 그래봤자 다른 옵션도 '내일 도착 보장'이었다. 'APT.'처럼 누군가 '로켓배송'으로도 신나는 곡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역시는 역시
밖에서 먹는 음식이 집에서 먹는 음식과 같을 수 없고,
그 사실을 알고 타협하여 외식에 시간과 돈을 소비하는 것이지만,
(아, 물론 외식의 맛이 취향인 사람들 또한 분명 있을 것이지만,)
중식은 역시 나와는 안 맞다. 알면서도 오늘 깐풍기를 먹고 후회 또 후회했다.

 

 

Oct 30

나는 어제 쿠팡에 '내일 새벽 배송'을 체크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7시에 배송 완료 메세지가 왔다.
명동교자 칼국수를 먹겠다고 명동 한복판을 들어갔다가 기진맥진 휘어서 귀가했다. 사람이 많아서 못 앉을 것 같았는데 운 좋게 빈자리에 앉은 지하철에서 쿨쿨 잠들었다. 하차하기 두 정거장 전까지 줄곧. 고개가 모로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비몽사몽 깼다가(깼나?) 다시 잤다가 했다…고 생각하지만 옆 사람에게 부딪치듯 툭툭 기대었을지도 모르겠다.
운전해서 서울에서 경주 갔다 오는 것보다, 버스로 명동교자 갔다가 지하철 타고 돌아오는 일정이 더 힘들다. 과장이 아니다, 절대. 칼국수와 마늘김치는 무척 맛있긴 했다. 

10월-낙엽-이끼-october-autumn
가을 이끼와 낙엽이, 마치 봄 목련꽃잎들이 흐드러지게 떨어져 있는 장면처럼 멋진데?

 

 

Oct 31

은행나무-은행-ginkgo-autumn
맛좋은 은행


자, 다음.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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