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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나는 솔로' 보다가 생각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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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기 광수를 봤을 때 생각났고
24기 영식을 보고 있으니 같은 기억이 또 떠올랐다.
내가 본 '나는 솔로'는 16기, 18기, 22기와 지금의 24기가 다다. 잘 모르겠다. 다른 기수들에도 비슷한 캐릭터가 종종 출연했었는지는….

 

 


1

20대였고 학생이었다. 안전 이별이라든지 스토커라든지 하는 이슈도 남의 일로만 알았고 경각심도 없을 때였다.
심지어 나는 미모가 우월한 '옥순'도 아니었다.
플러팅은커녕 호감이 있어도 적극적이기보다는 숨기는 쪽이었고 사인을 보내는 상대와는 단둘이 남는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같은 방향도 아닌데 데려다준다고 하면 필사적으로 괜찮다고 하는 식으로.
내가 '옥순'이가 아닌 것처럼, 그도 외모적으로 '영식'과는 달랐다.
키, 얼굴, 옷차림까지 오히려 준수한 쪽에 가까웠다. 너무나 정상적으로 보이는 '멀쩡하게 생긴 키 큰 청년'의 이미지였다, 어르신들이 보면 아이고 잘 생겼네 할 법한.

표현이었고 노력과 정성이었고 배려였을 그의 모든 방식이
받는 사람에게는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 가방을 열면 작은 선물이 들어있곤 했다. 그는 귀여운 서프라이즈로 여겼을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불편한 감정이 앞섰다. 누군가 내 가방을 몰래 열었다는 사실이 소름 끼쳤다. 만나면 인사하고 대화하는 게 다였다. 그럴 때마다 같은 공간에 다른 지인들도 함께였다. 그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오면 나는 답을 좀 띄엄띄엄 하는 편이었다. 2번 오면 1번 답을 보내는 식이었다. 싫어서가 아니라, 딱히 뭐라 내 쪽에서 뭐라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내용들이었던 것 같다. 그뿐이었다. 내게는 그 사람도 다른 지인들과의 관계와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의 눈에는 그의 행동이 티가 났는지 내게 슬쩍 농담처럼 조심하라고 말해 준 사람이 있었다. 지난 연애에서 집착이 심했던 사람이었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언질을 준 사람에게 고마운데 그땐 그 말도 흘려들었던 이유는 그와 나 사이에 썸도 없고 일단 당장에 뭐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나중에 알았다. 뭐가 아무것도 없다는 건 내 생각이고 그에겐 달랐을 수도 있었겠구나.)

그런 시간들이 좀 흘렀고
무엇을 계기로 왜 화가 많이 났었는지
어느 날 의미심장?한 장문의 글을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공유하고 있었다. 하소연인 척하고 있지만 그냥 하소연이 아니었다. 그 글에서 '나'는 피해자, '너'는 가해자였고. 비난. 원망. 분노. 자기연민. 모든 게 다 '네 탓'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뭔데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냐는 거였다. (그러니까 내 말이. 내가 뭐라고.) 글에서 이름은 초성 언급되어 있었으나 알만한 지인들은 알고 있을 거였다. 사실상 공개 저격한 것과 다름없었다.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런 짓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다는 점에서 기가 막혔지만.

나는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 설명하지도 반박하지도 이해를 구하지도 않았다. 그런 시도를 해봤자 더 나빠질 것 같았다. 그때 내 기분은 이랬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든지, 난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아무리 친밀해도) 오해가 한 톨도 없을 수 있는 일이 애초에 가능한가. 
그렇게 했던 그는 그러고 나서 마음이 한결 후련하고 평화로워졌을까.

 

 


2

내 얘기 아니고 친구 얘기.
친구가 남자의 고백을 거절했고 그러자 남자는 그 자리에서 밥상?테이블?을 와장창 엎었다나.

 

 


3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에 나온 대사.

You will love me 
as I have loved you.

 

you-will-love-me-GLADIATOR
ㅎㅏ… 진챠ㅎ…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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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광수를 보면서는 사람이 위험해 보인다는 생각까지는 안 들었었는데
24영식옥순 대화하는 장면은 공포였다. 잔혹하고 안타까운 사회면 뉴스도 아니고 공포스릴러 영화도 아닌 소개팅연애프로그램을 무서워서 숨죽이고 봤다. 하나도 안 웃겼다. 카메라 없었다면 과연 아무 일 안 일어났을까.
그 전 5대 1 식사 데이트도. 불쾌했다. 컵을 들고 거실과 주방을 왔다 갔다 하는 중이었는데 영식의 말, 표정, 행동 앞에서 우뚝 서서 얼어붙고 말았다. 보다 못한? 데프콘이 저 사람 돈 주고 섭외했냐는 농담을 했을 때 내 마음은 그래 차라리 돈으로 섭외한 출연자였으면 했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보기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출연자들에게는 인생의 특별한 기회,
시청자 입장에서는 반면교사 + 내게 없는 장점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
으로 알고 봤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제작진도 아니고 출연자도 아니고 나는 구경하는 시청자인데 봉변당한 기분 뭐지.

좋은 짝 만나라, 결혼해라, 출연했으니까 이왕이면,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다가 무서웠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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