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2024
겨울 아우터를 꺼냈다.
읏추의 계절이 가까워졌다.
쌓인 낙엽 더미가 큰 파도 같다.
열렬하게 피우고 성장했던 계절에 그랬던 것처럼
떨어져 지는 모습도 열정적이다. 매년 반복되어도 늘 새롭고 놀랍다. 신이란, 이런 힘을 가진 작은 씨앗 한 알 안에 있는 것 같다.
Nov 15
샌드위치를 사러 들어갔는데 베이킹 작업대에서 친절한 스탭 분이 "바게트 지금 나와요!" 하셨다. 그래서 바게트도 샀다. 따뜻한 바게트를 손으로 뜯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자주 먹어도 계속 맛있다. 바게트 빌런이 된 것 같다.
Nov 17
며칠 전 T커피에서 6,000원짜리 커피를 이렇게 만들어서 팔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라떼를 받고 할 말을 잃었는데, (라떼의 퀄리티뿐 아니라 응대도 같은 수준이어서 여기는 정성도 노력도 실력도 없는 총체적 엉망진창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오늘은 스벅 리저브에서 마신 라떼가 평소보다도 더 훌륭하고 맛있어서 행복했다. T커피를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Nov 18
인스턴트 레토르트 폭탄 저녁을 먹고 속이 꾸르륵거렸다. 🤦🏻♀️ 내가 왜 그랬을까. 그 와중에 비비고 만두는 너무 짜서 "흐억" 혼비백산했다. 입안에 쭈악 퍼지는 염도에 놀란 내 손이 다급하게 깻잎을 찾아 입에 넣고 있었다. 진심 궁금해서 묻고 싶은데, 이게 맛있는 거야? 불특정 대중의 취향이야? 나만 짠 거야? (비꼬는 거 아님. 비꼬는 거 아니라 정말진짜 궁금하다는 뜻.)
Nov 20
'슬퍼어-하지-마아세요'를 Y가 자주 중얼거렸기 때문에 늘 이 부분만 듣고는 좀 처량맞은 곡으로 알고 있었다. 아니었다. 오늘 이 곡 전체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아스라이-부터 시작되는 빠른 템포의 후크가 쿵짝쿵짝 즐겁고 신나는 곡이다. 좋은데? (Y한테 그랬다, 이거 신나는 노래라고 그동안 왜 말 안했어?) 그건 그렇고
먹었대, 샀대, 그랬대,를 먹었데, 샀데, 그랬데,로 쓰는 사람들이 '아스라이'가 무슨 말인지 알까. 일본말인 줄 아는 거 아닐까.
친구랑 문자 주고받는 거 아니잖아. 영상 편집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갔데, 왔데, 넘어졌데,를 자막으로 마구 송출하는 거 제정신이야? 이 정도는 일러스트가 지면 대부분을 채우고 있고 텍스트가 고작 한두 줄 있는 어린이 그림책에 나오는 수준의 국어다. 어떤 사람들은 창피한 줄 모르는 것을 쿨한 걸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Nov 24
주말 동안 편두통에 시달렸다.
Nov 25
/ 여기 카푸치노 너무나 내 취향
세무사와 통화 후 기분 급격히 떨어진 사람 데리고 매뉴팩트 커피 스타필드점 갔다.
요즘은 거품 없는 wet 카푸치노가 많은 것 같다. 나는 폭신한 거품과 시나몬 파우더가 있는 클래식한 카푸치노를 좋아하는데, 매뉴팩트에서 딱 이렇게 만들어 준다.
스파이시하지 않고 달콤한 시나몬 가루를
정성껏 보기 좋게 입술이 닿는 컵의 가장자리까지 골고루 뿌려 내어준다. (시나몬 토핑은 주문 시 선택.)
유리컵 머그컵 아니고, 소서와 잔에 서브해주는 것도 👍.
기대치가 없었던 치즈케이크도 좋았다. 촉촉하고 보드라웠다. 꾸덕하지 않았다.
매뉴팩트는 도산공원 퀸마마마켓에 있었을 때 가끔 가던 곳이다. 당시엔 특별하다 생각 안 했는데 왜 그때보다 지금이 더 맛있지? 그때 그곳은 높고 넓었는데도 혼잡하고 어수선한 공간이긴 했다. 아무튼 지금이 좋다.
/ 1.5리터를 사려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됐다. 빈 매대 앞에서 750ml가 솔드아웃인 걸 확인하고 있을 때 스탭 한 분이 나타나 1.5리터 보틀을 추천하셨다. 코르크 마개가 아니었다. 스크류캡? 좋은데? 이러고 샀다. 와인 코르크를 여는 게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맥주캔을 따는 것만큼 쉽지는 않으니까.
Nov 26
르프리크 치킨버거 포장해서 샐러드와 와인과 먹었다. 그리고 와인 한 잔에 졸음이 쏟아졌다. 결국 깊이 잠들고 말았다. 술 세서 쉽게 안 취하는 지인은 나한테 가성비 짱이랬다. 하핳하하핫하핳 이걸 가성비가 좋다고 해야 하는 걸까? ㅋㅋ 여튼 배부르게 먹고 모로 누워 자다 일어났더니 배가 조금 아팠다. 집에 가는 길에 닥터베아제 먹었다. 하루 종일 비바람이 불었다. 비의 양이 많진 않았지만, 바람이 세서 비가 막 옆으로 왔다. 도로 이정표가 흔들흔들, 나무도 흔들흔들, 낙엽들이 새떼벌레떼처럼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서 와르르윙윙 날아다녔고, 구름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게 보였다.
Nov 27
/ 첫눈이 온다구요
빨간 단풍과 흰 눈.🍁☃️
불편하고 아름다운 날씨.
큰 파도 같은 낙엽 더미 위로 거대한 눈이 쌓였다.
나뭇가지들이 눈의 무게를 견디느라 땅에 닿을 듯 내려앉아 있었다.
스쿠로 라떼 마시면서 이정석 첫눈이 온다구요 두 번 들었다. 조하문 눈 오는 밤도 한 번 들었다. 눈, 비가 있는 날씨에는 확실히 음악이 다르게 들린다. 커피의 향도 다르다.
Nov 28
/ 새벽 2:30 불 꺼진 거실이 환했다
차, 건물, 나무, 지면을 덮은 눈과
어둠마저 하얗게 덮을 기세로 쏟아지는 눈으로
공간감이 희미했다. 깜깜해야 할 밤하늘이 조명을 켠 것처럼 밝고 환했다. 눈이 발산하는 고요하고 강력한 빛이 현실감 없는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CG가따로없네
Nov 29
나는 바게트 빌런이니까 오늘도 또 바게트 샀다.
오븐에서 갓 나온 바게트는 겉은 바삭 소리가 났고 속은 보드라웠고 정말 따뜻하고 정말 고소하고 정말 정말 맛있었다. 걸어가는 동안 한 개를 거의 다 먹었다. 두 개 사서 다행이었다.
지하철에서 어르신이 큰 목소리로 "학생!"이라고 하셔서 네? (아니 설마 저요???) 깜짝 놀라고 창피했다. 그분도 호칭이 마땅치 않아서 그러셨을 테지만. 학생이라니요…. 주변에서 쳐다보는 시선이 '저 사람이 학생이라고?' 하는 것만 같아서 민망했…다는 것도 그냥 내 생각이고 사실 누구도 별 관심 없었을 건데 말이지.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 일기 1/2 (0) | 2024.11.21 |
---|---|
10월 일기 (0) | 2024.11.07 |
위장 장애와 목감기 (feat. 포카리스웨트) (0) | 2022.11.27 |
옷이 날개라는 말 (0) | 2022.11.20 |
내 MBTI는요 (0) | 2022.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