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장애를 조심하는 방법 :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직접 경험입니다.
1.
처음엔 감기가 오래 안 낫는 중인 줄 알았다. 몸살, 열, 기침이 모두 나은 후로도 목감기만 없어지지 않았다. 여러 단계의 증상이 천천히 사라지곤 하는 일반적인 감기처럼 자연적으로 나을 거라 생각했지만 목감기의 증상은 심해지지도 호전되지도 않은 채 계속 이어졌다. 도저히 안 낫는구나, 약 처방이 필요하겠구나, 생각이 들었을 때 결국 병원에 갔다.
2.
의사 선생님은 목감기가 아니라 위장 장애라고 하셨다. 네? 저는 목이 아픈데요, 선생님?
명의라고 소문나 있던 이 의사 선생님은 동네에서 소아과를 오래 운영하셨고 최근 그만두셨다. 진단이 정확할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매우 사근사근 상냥한 분이셨다. 멀리서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간호사 선생님도 오래 같이 일한 분이어서 환자의 지병, 질환은 물론이고 얼굴과 이름만으로 누구의 엄마, 누구의 동생인지 알고 계실 정도였다. 동네 주민들의 주치의 같은 병원이었다.
3.
의사 선생님의 처방.
"물 대신 2% 같은 이온 음료를 조금씩 마셔."
2%는 입에 안 맞고 파워에이드는 너무 달아서 포카리스웨트를 선택했다. 성분으로는 포카리스웨트보다 파워에이드의 당 함량이 낮았는데 하여간 체감상으론 포카리스웨트가 덜 달았다. 그리고 새까만 코카콜라는 마셔도 새파란색 파워에이드에는 거부감이 좀 있었다. 게토레이는 파란색과 레몬색 말고 화이트를 맛있게 마셨는데 게토레이 화이트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이온 음료가 가당 음료이기 때문에 평소 물처럼 마시는 방법은 좋지 않을 거지만, 갈증이 심하거나 몸의 컨디션이 떨어져 있을 때 물보다 분명 효과가 있다고 느꼈다. 설탕소금물 같은 거다. 포도당 수액을 맞는 것 같달까.
"잡곡밥 말고 흰 쌀밥으로 먹고, 김밥, 고구마는 먹지 마. 김밥, 고구마가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 아니거든? 그리고 국에 밥 말아서 후루룩 먹는 거 하지 말고."
그러고 보면 국물에 만 밥이나 면은 아무래도 충분히 씹어먹기 쉽지 않다.
더 상세한 진료가 있었지만 오래전이라서 기억나는 코멘트는 이 정도.
그래서 기관지약이 아닌 위장약을 처방받았다. 그리고 감기 끝에 내 목을 오래 불편하게 했던, 목감기로 오해했던 증상이 정말로 사라졌다.
4.
카페인과 술 금지는 당연하다. 술은 워낙 못 마시기도 하고 마시는 횟수도 적으니까 상관없는데 커피를 참는 건 술을 안 마시는 것보다는 힘들었다.
5.
간이 센 음식 당연히 안 좋고, 과식도 물론 안 된다.
6.
신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스트레스, 이거는 그냥 작은 병, 큰 병, 만병의 근원 말 그대로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위장 장애에도 마찬가지.
내 몸은 위장 장애도, 감기도, 목으로 가장 먼저 오는 편이다.
이제는 목이 쎄한 느낌이 왔을 때 위장 장애에서 오는 반응인지 감기의 기운인지 판단이 될 정도가 되었다. 다른 사람을 진단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주 겪다 보니 내 목이 어째서 아픈지는 알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적절한 단어로 설명이 어려운데 몸으로 느끼는 차이가 있다. 물론 위장 장애로 몸이 피로해지면 감기에 쉽게 걸릴 수 있고, 감기에 걸리면 소화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두 개를 완전히 별개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의 몸이 다 달라서 이럴 때 바나나를 먹어라 이럴 때 매실을 먹어라 같은 말도 100% 맞지가 않는다.
나는 바나나를 먹으면 속이 꾸룩거리는 불편함이 있다.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을 때 매실차도 내겐 역효과가 있어서 구역이 오히려 더 올라오곤 했다. 베아제나 까스활명수를 먹는 편이 더 도움이 되었다.
생과일로 씹어 먹을 땐 괜찮은 과일도 갈아 마시거나 착즙 상태로 마시면 위와 식도에 부담이 왔다.
나의 경우 매운맛보다도 신맛과 단맛이 위장을 더 자극했다.
그리고 매운맛, 신맛, 단맛, 짠맛, 기름진 맛, 조미료 맛을 통틀어 그 모든 자극적인 맛보다도 훨씬 더 나빴던 것이 바로 과식이었다.
포카리스웨트에 상당히 의지하는 편
그래서 위장 장애로 목이 칼칼하고 쎄해지는 반응이 오면 제일 먼저 포카리스웨트부터 찾는다. 운동선수처럼 벌컥벌컥 아니고 몇 모금씩 적당히 마신다. 그리고 약간의 포만감도 절대 피한다. 이렇게 자주 하다 보니 식사량이 줄어든 느낌이 있다. 예전에 고깃집에서 고기 n인 분 먹고 공깃밥까지 먹었다면 요즘은 짬뽕 1인분을 다 못 먹어서 남긴다. 한 그릇이 서브되어 나올 때, 먹기 전부터 이미, "와, 양 많다, 곱빼기 아니야? 다른 사람들은 안 많나?"라고 말한다.
원탕과 테라플루
그리고 '오늘 좀 피곤한데?' 싶은 날 따끈하게 데운 원탕 또는 테라플루를 꼭 마신다. 초기 감기가 이미 들어왔을 땐 효과가 없다. 감기 걸렸다가 원탕 마셔서 나았는데?라는 지인이 있는데 내 몸엔 아무 힘이 없었다. 오늘 피곤했으니까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 미리 마셔야 예방의 효과가 있었다. 다른 날보다 많이 걸어서 몸이 휜다, 평소 루틴과 다른 시간에 일어났고 분주했다, 추위에 좀 떨었다, 몸살 오면 어떡하지? 이런 날 마시는 것, 원탕 또는 테라플루. 떨어지기 전에 사놓는 상비약이다. 또 다른 상비약은 베아제, 이지엔식스프로, 씨즈날.
7.
이건 위장 장애로 진료받았을 땐 아니지만 다른 날 의사 선생님의 말씀. 아파서 처진다고 집에 누워만 있는 것보단, 너무 춥거나 너무 뜨거운 날씨가 아니라면 나가서 걷는 활동을 하고 몸을 조금은 움직이는 쪽이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8.
그리고 나의 주관적 결론. 태양 에너지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어떤 것으로도 대체가 안 된다. (이거 좀 아기와 어린이가 가진 밝은 에너지와 비슷하다.) 낮과 해 진 이후의 컨디션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건강할 때 못 느꼈고, 아침형 인간도 아닌데, 호흡이 힘들고 물도 소화를 못 시킬 정도로 아파 보니까 알겠더라. 창문으로 해가 들어오는 시간 동안은 모든 것이 한결 나았다. 어? 나 다 회복했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 밤이 되면 신기하게 다시 힘들어지고 기침이 많아지고 그랬다.
내과 진료에 해당하는 질병뿐 아니라 외상도 마찬가지인데,(한동안 아킬레스건염이 재발했던 경험이 있다.) 같은 증상을 반복해서 겪는 사람이라면 내 몸이 이럴 때 어땠지? 저럴 때 어땠더라? 하는 것들을 예민하고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음식도 공복일 때와 아닐 때가 다르고 누군가에게 특효인 처방이 내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나는 세파계 항생제 알러지가 있다.) 몸과 체질은 사람의 얼굴처럼 다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본인의 몸을 관찰하려는 노력이 의사의 진료보다 때로 더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내 몸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의사의 처방도 더 유효하고 정확할 거다.
'위장 장애'로 긴말을 쓰다 보니 참 허약하고 병약한 사람 같지만, 스스로 이 정도면 건강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편식 없이 잘 먹는다. 속 편안한 음식과 그렇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싫어해서 가리는 음식이 없다. 또 예민하게 조심해서인지 기관지염, 비염이 있어도 남들보다 감기도 잘 안 걸리는 편이다. 다만 어쩌다 한 번 걸리면 죽다 살아난다. 그땐 물도 약도 소화를 못 시켜서 수액을 한 번은 맞아야 회복이 된다.
그리고 객관적인 자기반성. 운동 부족이다. 근육이 평균 이하인 것 같다. 사실 운동화 한 켤레가 없다. 핑계라고 하기조차 어처구니 없다. 누가 보면 운동화 일부러 안 사는 거냐고 할 거 같다.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 일기 2/2 (0) | 2024.12.10 |
---|---|
11월 일기 1/2 (0) | 2024.11.21 |
10월 일기 (0) | 2024.11.07 |
옷이 날개라는 말 (0) | 2022.11.20 |
내 MBTI는요 (0) | 2022.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