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노브랜드에서 파돈코츠 라멘을 발견했다. 1봉지 2인분 2,180원.
라면 스프의 느끼함이 없다
7월쯤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 먹고 있다. 나는 라면을 애정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한 그릇을 마지막까지 맛있게 먹은 적이 기억에 남을 정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느낌보다 괜히 먹었다는 후회를 할 때가 더 많다. 누군가 라면 먹는 모습을 보고 유혹당해서 따라 먹으면, 다 먹은 후 입 안과 위장에 개운하지 않음이 남을 때가 대부분이다. 내가 이 제품을 맛있게 먹고 있는 이유는 면이 유탕면 아니라 생면이고, 한 그릇을 다 먹기 전에 질리는 라면 스프의 텁텁 느끼함이 없기 때문이다.
레토르트의 가성비 : 맛있는 국수다 생각하자
먹음직스럽게 잘 찍어놓은 패키지의 사진처럼 이 안에 차슈가 들었을 리는 없다. 그리고 차슈가 없어도 아쉬움이 없는 가성비 훌륭한 맛이다.
로컬 일본 라멘의 풍미를 기대해선 안 된다. 레토르트 식품이란 애초에 편의성이 우선순위다. 2인분 2,180원인 제품을 구입하면서 전문점의 퀄리티나 로컬의 맛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세상 어떤 간편 식품도 만족스러울 리 없다. 햇반조차 집에서 지은 밥과는 분명 다르다.
맛있는 국수다 생각하고 먹자. 레토르트 중 멸치 어쩌고 국수 같은 제품을 두세 곳 브랜드에서 사 본 적 있는데 모두 뒷맛이 개운치 않은 조미료 맛이 강했다. 멸치 육수 시즈닝 라면인 거다. 그런 제품과 비교하면 노브랜드 일본 라멘은 깔끔하면서도 충분한 맛을 내고 있다.
시즈닝에서 꼬리를 무는 말 : 얼마 전 마트에서 '포카칩 라임모히또'를 목격했다. 감자칩이 어니언 맛인 것도 아니 왜 굳이? 싶은데, 라임모히또 맛이라니. 와 진짜 시즈닝의 세계란 무한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썩은 달걀 맛, 귀지 맛, 토 맛 젤리빈이 존재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화학물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들이 물감 맛, 지우개 맛, 발톱의 때 맛, 루돌프 사슴코의 맛 같은 걸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드는 거겠지.
각자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응용하기 좋다
튀긴 면보다는 건면 또는 생면 취향이라면 추천
수육이 있는 날 끓여 먹으면 너무 좋다.
숙주가 있는 날도 좋다.
노른자가 반짝거리는 잘 삶은 반숙 달걀이 있는 날도 좋다.
아무것도 없다면 생파 송송 썰어 넣어도 고춧가루 퐁퐁 뿌려 주어도(시치미가 없어서 고춧가루를 사용했다.)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생파 넣는 걸 좋아해서 따뜻한 국물에도 냉메밀 같은 시원한 국물에도 파를 충분히 듬뿍 토핑하는 편이다.
매운 청양고추를 넣어도 맛있다. 국물 맛이 칼칼하고 개운해진다.
또 다진 마늘을 조금 푼 국물 맛도 좋다.
각자의 기호에 따라 기타 등등.
간편 조리 식품 중에도 면과 국물을 따로 익히고 끓여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을 필요로 하는 제품들이 간혹 있는데 이 제품은 과정이 쉽고 빠르다. 물 조절로 농도를 맞추기도 쉽다. 패키지의 조리법대로 800-900mL의 물로 끓여도 싱겁지 않다. 나는 주로 800-850mL 물로 조리해 먹는다. 면에 국물 맛이 충분히 간간하게 밴 맛을 원한다면 취향에 따라 물을 적게 잡아 자작한 듯 끓이면 된다. 조리 후 맛을 보고 뜨거운 물을 추가해도 맛을 해치지 않는다.
이날 노란 강황밥이 있었다. 남은 국물에 한 숟가락 푹 적셔 맛보았더니 순대국밥과 흡사한 맛이 났다. 응? 순대국밥 맛인데? 또 먹어보고 응? 또 맛보고 응? 또 또 한 숟갈 두 숟갈 자꾸 먹고 완전 순대국밥이잖아? 그랬다. 평소 라면 국물에 밥 마는 취향 아닌데 순대국밥 맛이 난다고 자꾸 말하면서 반 공기나 말아먹었다.
파와 오리지널 두 가지
파돈코츠만 먹다가 이러나저러나 파를 매우 많은 양 넣기 때문에 두 가지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리지널도 사 보았는데 스프를 푼 국물의 색과 맛이 약간은 달랐다. 파돈코츠는 조금 더 노릇노릇한 색이라면 오리지널돈코츠는 뽀얀 설렁탕의 국물 색에 가까웠다. 이후로 파돈코츠만 구입해서 여전히 맛있게 먹고 있다.
그리고 라면 자주 안 먹는 사람의 또 다른 추천은 GS25에서 판매하는 오모리 김치찌개 컵라면. 이 제품도 대중적인 라면의 맛보다는, 면 사리를 넣은 김치찌개의 맛에 가까워서 종종 사 먹는다. 비 오는 날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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