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르트 밀면의 맛
온라인 쇼핑몰에 다양한 상품군이 있을 거라 생각되지만 온라인 주문을 잘 하지 않다 보니, 내가 간 매장에서 레토르트 제품 중 밀면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는 거라고는 '제일제면소 부산밀면' 이거 하나뿐이었다. 선택권이 없이 산 것 치고 맛이 괜찮아서 여름내 냉면 대신 자주 먹었다. 차고 시원한 면류를 겨울에는 잘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 전 지나가다 눈에 띄었던 날, 올해 마지막이겠다는 생각으로 샀다. 사 온 다음 날 달콤하고 시원한 배를 채 썰어 함께 먹었다.
- 달콤 시원 아삭한 배를 채 썰어 넣었다.
- 쑥갓이 있는 날 쑥갓을 넣었다.
- 생양파와 치커리도 넣었다.
- 고수도 넣었다.
- 토마토도 넣어 먹었다.
- 생오이향을 좋아하지 않아서 오이는 한 번도 넣지 않았다.
- 어느 날은 수육이랑 먹었고, 다른 날은 감자전이랑도 먹었다.
- 김치만두를 포장해 와서 먹은 날도 있었다.
- 몇 년 전 경주에서 맛있게 먹었던 밀면의 맛(약간의 한방약재 향이 났다)을 흉내 내겠다고 홍삼액을 작은 티스푼으로 넣어 보기도 했다. 나쁘지 않았다.
- 다대기 양념 소스는 처음에 풀어 먹어도 좋지만 나는 종지에 따로 내어 조금씩 비벼 먹는 쪽을 선호한다.
- 육수를 꽤 적게 부어 다대기 양념 소스를 넣으면 비빔면처럼 먹을 수 있다.
- 끓는 물에 넣기 전 면을 미리 풀어 주어야 하는 점이 조금 번거롭지만 마른 손으로 뜯는 거보단 찬물을 묻혀 비벼주면 훨씬 쉽다.
서울에서는 냉면의 인기에 비하면 밀면의 인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밀면 전문점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쫄깃하고 탱글한 면의 식감이 좋아서 올해 여름 '제일제면소 부산밀면'을 자주 사 먹었다. 로컬의 맛, 수제의 맛과 같을 리 없지만 4인분 8천 원 대인 인스턴트 밀면이 이 정도면 괜찮은데? 하는 마음으로 먹었다. 육수의 맛에 실망할 수도 있고, 이건 밀면이 아니야 할 수도 있다. 정통 밀면의 정체성을 얼마나 구현했는지를 기대한 바가 없어서인지 내게는 불만족스러운 점이 딱히 없었다. 고기를 우려냈다기엔 신맛 짠맛의 감칠맛이 강하게 첨가된 육수가 더 일반적인데, 그런 맛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자극적이고 간이 세지 않은 편이었다. 그게 오히려 좋았다.
요즘의 간편 조리 식품들의 퀄리티가 좋아지면서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재료도, 맛도, 패키지도 훌륭해졌고 메뉴도 다양해졌다. 온갖 종류가 냉장, 냉동, 밀키트로 포장되어 판매된다. "진짜? 이런 것까지 인스턴트로 나온다고?" 놀라울 때도 있다. 저게 맛있을까라는 의심이 앞서서 선뜻 구입하지 못하고, 어쩌다 사 봤다가 실패도 했지만(실패한 제품들 대체로 달았다). 그중에서도 파는 음식 특유의 달고 자극적인 텁텁함, 먹은 후 남는 더부룩함이 적으면서 꽤 괜찮은 맛을 내는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집에 있는 식재료와 약간의 수고로움을 곁들이면 그 만족도가 높아서, 집이 편한 사람은 웬만한 음식점에서 사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소문난 음식점들을 방문해 봐도 좋은 재료를 정성스럽게 썼다고 생각되는 곳이 많지는 않다. 외식했을 때 집밥만큼 속이 편안하지도 않다. 그런 이유로 '제일제면소 부산밀면'은 괜찮은 선택지라서 기회가 되면 앞으로도 재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아는 밀면 전문점도 없고. 내 취향으로는 냉면보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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